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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세계 Column

[무당 Column] 무당이 다 똑같지 뭐, 그러나 저마다 다른 무당 세계

by 神-세계 신점의 명인들 2024. 12. 9.

 

무당이라고 해서 다 같은 무당이 아닙니다!

 

어떤 무당은 평범하게 살다가 갑자기 신이 내려서 무당이 되기도 하고

어떤 무당은 무당 집안에서 태어나서 그냥 무당이 되기도 하고

어떤 무당은 제 스스로 무당 공부를 해서 무당이 되기도 합니다.

 

신이 내려서 무당이 되면 강신무(降神巫)라고 하고, 집안 대물림으로 무당이 되면 세습무(世襲巫)라고 하고,

어떤 주술행위를 익혀서 무당이 되면 학습무(學習巫)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무당이 되었는가?

이 기준에 따라 무당의 역할이나 굿을 하는 방식이 아주 달라진답니다.

 

 

무당은 똑같지 않다.

  1. 신당
  2. 복장
  3. 악기, 장단

 


 

 

"신당"

 

강신무는 자신의 몸에 직접 신을 내려받기 때문에

신에 대한 인식이나 믿음이 매우 뚜렷해요.

그러니 신당을 꾸며 놓고 매일 기도하는 것이죠.

 

현재 우리나라 무당의 90% 이상은 강신무라고 할 수 있어요.

(물론 가짜 무당이 많은 것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세습무는 신내림을 받지도 않았고

자신의 몸에 직접 신을 내려받지도 않기 때문에 

신에 대한 인식이나 믿음이 강신무보다 미미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 개인적으로 신당을 꾸미지도 않아요. 기도하지도 않죠.

 

 

 

세습무의 명맥은 지금 거의 끊겨버렸어요.

1960년대 이후 근대화 바람이 불어 닥치면서

아무리 무당 집안에 태어났더라도 무당이 되려고 하지 않았던 거죠.

 

참고로 가수 조관우, 송가인이 전라도 세습무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해요.

어려서부터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무당의 창법을 자연스레 익혔던 것이죠.

 

학습무는 신당을 꾸미기도 하고, 꾸미지 않기도 해요.

그건 강신의 체험을 먼저 하고 잡귀, 잡신을 쫓는 주술행위를 배웠는가

아니면 그냥 주술행위만 배워 퇴마 형태의 굿을 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거예요.

 

 

 

 

"복장"

 

강신무는 화려한 신복을 갖춰 입고

다양한 무구를 사용하며 무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죠.

 

신복은 조선시대 관복, 군복, 승복 등에서 차용한 것인데

단순한 장식용이 아니라 그야말로 신의 복장 즉 “神服”이라고

할 정도로 각 개별거리마다 접신하는 신을 옷의 색깔로 표현해요.

 

 

 

예컨대 흰색은 조상신을, 색동저고리는 동자나 동녀를

장군복은 신장을, 붉은색은 산신을 각기 상징한답니다.

 

 

 

세습무는 쾌자나 장삼을 걸칠 뿐 강신무처럼 다양한 신복을 입지 않아요.

각 개별거리마다 신복을 갈아입지도 않아요.

신을 직접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죠.

 

 

 

학습무는 흰 마고자에 조끼를 걸쳐 입고 머리에는 한지로 접은 고깔이나 갓을 써요.

때에 따라서 두루마기를 걸치기도 한답니다.

 

학습무의 신복은 다만 권위를 드러낼 뿐

굿에서 차지하는 신복의 비중이나 의미는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어요.

 

그저 근엄하게 귀신을 몰아내는 복장이라고 할 수 있죠.

 

 

"악기, 장단"

 

강신무나 세습무나 굿을 할 때 악기로 흔히 장고나 바라를 사용해요.

굿의 규모에 따라서 대금, 피리, 해금이 가해지기도 하죠.

장고는 춤뿐만 아니라 노래 반주로 사용되며, 바라는 신이 지펴 뛰어오를 때 사용해요.

 

강신무나 세습무나 같은 무악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장단은 크게 차이가 나요.

 

 

 

강신무의 무악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신이 지펴 뛰어오를 때

반주하는 속칭 ‘떵더꿍장단’이에요.

떵더꿍장단은 굉음의 장단으로 무당으로 하여금 무아지경의 상태로 들어가도록 유도하죠.

 

세습무의 장단도 차츰 빠르고 격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은 판을 흥겹게 만드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지

무아지경의 상태로 들어가도록 유도하는 것은 아니에요.

 

 

 

학습무가 사용하는 무악기는 북과 장고가 전부예요.

‘체(가루를 곱게 칠 때 쓰는 도구)’에다 북을 세로로 고정시켜 놓고

오른손으로 북채를 잡고 치죠.

 

북 왼쪽에는 헝겊을 십자 형태로 꼬아 만든 ‘징 받침’을 바닥에 놓고

그 위에서 공명이 잘되도록 징을 엎어놓고 쳐요.

 

북은 신을 굿판으로 불러들이는 악기로서 의미를 갖으며

징은 잡귀나 잡신을 제거하는 악기로서 의미가 있어요.

 

"춤"

 

 

강신무의 춤은 그것이 표출될 때

어느 때는 발작하는 수준의 광란한 춤이 나오고

어느 때는 신으로서의 권위나 위엄을 보이는 의젓한 춤이 나오는가 하면

또한 간사하고 장난기가 있는 춤으로 변하기도 하는 등 변화가 매우 심해요.

 

 

 

세습무가 추는 춤은 일반적인 가무로서

그 정서에 축원적인 성격이 담겨 있으나

어느 때는 굿의 목적과 다르게 속박을 벗어나 좀 더 인간적인 춤

즉 예술적 연희에 치중하는 춤을 추기도 해요.

 

세습무의 춤은 그야말로 한국예술의 정수라고

할 만큼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신을 감동시킬 수 있는 춤을 추어야 인간의 기원을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죠.

 

학습무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춤으로 광란하지 않아요.

북과 징만을 두드리며 점잖게 앉아서 무속경전만 읊조린답니다.